훈민정음을 구성하는 자음과 모음 글자를 만드는 원리를 제자(制字) 원리라고 합니다. 훈민정음의 글자들이 어떤 근거로 만들어졌는지 하나씩 살펴봅시다.
* 훈민정음 자음 제자 원리
우선 초성을 담당하는 자음은 다섯개의 기본자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본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ㄱ,ㄴ,ㅁ,ㅅ,ㅇ
청킹) 감나무사이
기본자 다섯 자는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따 만들어졌는데, 이를 상형의 원리라고 합니다. 기본자에 따른 본뜬 모양은 다음과 같습니다.
ㄱ | ㄴ | ㅁ | ㅅ | ㅇ |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은 모양 | 혀가 윗잇몸에 닿는 모양 | 입술 모양 | 치아의 모양 | 목구멍의 모양 |
다음으로 기본자에 획을 더하면 다른 소릿값을 가지는 자음을 만들 수 있는데, 이를 가획의 원리라고 합니다. 가획이란 더할 가(加)에 그을 획(劃)을 써 획을 더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ㄱ에 가로획을 더한 ㅋ은 거센소리를 나타내는 새로운 글자입니다. 마찬가지로 ㄴ에 가로획을 한 번 더하면 ㄷ이 되고 이 ㄷ에 가로획을 또 더하면 ㅌ이 됩니다. ㅌ이 거센소리라는 점에서 가획의 원리를 반영한 글자는 소리가 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참고 훈민정음 자음을 분류할 때 청탁(淸濁)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기도 합니다. 청탁이란 청음과 탁음을 합쳐 부르는 용어로, 청음은 성대의 울림이 없는 무성음, 탁음은 성대의 울림이 있는 유성음을 의미합니다.
* 훈민정음 모음 제자 원리
훈민정음 자음에 5개(ㄱ,ㄴ,ㅁ,ㅅ,ㅇ)의 기본자가 있었듯이 훈민정음 모음에는 기본자로 ㆍ, ㅡ, ㅣ가 있습니다. (총 3자)
자음 기본자는 발음기관을 본땄다는 특징이 있지만 모음 기본자는 하늘/땅/사람을 본떠 만들었습니다.
ㆍ(아래아) | ㅡ | ㅣ |
하늘(天) | 땅(地) | 인(人) |
기본자끼리 결합하여 만든 모음자를 초출자, 초출자에서 기본자를 결합하여 만든 모음자를 재출자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ㅏ는 기본자 ㅣ와 ㆍ를 합쳐 만든 초출자로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ㅓ,ㅗ,ㅜ 모두 초출자에 해당합니다. 반면 반모음 ‘ㅣ’로 시작하는 상향 이중 모음인 'ㅑ'는 초출자 ㅏ에서 파생한 재출자에 해당합니다.
훈민정음 모음자는 삼재를 본뜬 점 외에도 동양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모음조화입니다. 훈민정음 모음자는 밝고 가벼운 느낌을 주는 양성모음과 차갑고 무거운 느낌을 주는 음성모음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 양성모음: ㅗ,ㅏ,ㅛ,ㅑ 등; ㆍ(아래아)가 ㅡ나 ㅣ의 위쪽/바깥쪽에 위치한 자음들
- 음성모음: ㅜ,ㅓ,ㅠ,ㅕ 등; ㆍ(아래아)가 ㅡ나 ㅣ의 아래쪽/안쪽에 위치한 자음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음양의 원리에 비추어 모음자를 어울려 쓴다는 점입니다. '반짝반짝'의 경우 양성모음끼리 쓰인 반면 '번쩍번쩍'은 음성모음끼리 쓰인 낱말입니다.
중성에 해당하는 모음의 경우 서로 다른 여러 글자가 함께 쓰일 수 있습니다. 이를 합용의 원리라고 합니다. 모음 중 'ㅘ', 'ㅝ'는 두 모음자가 함께 쓰인 경우입니다.
참고 합용의 원리는 중성과 종성(받침)에 쓰이는 원리입니다. '과일'의 '과'와 같은 경우는 중성에, '값'에서 'ㅄ'은 종성(받침)에 합용의 원리를 반영한 글자입니다. 다만, 초성에서 '딸기'의 '딸'처럼 된소리는 합용이 아닌 '각자병서'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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